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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ACE

2022년 8월 스페이스 파운틴은 영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디페이스의  서울 최초 개인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열면서 패션 매거진 엘르에서 디페이스와 직접 만나 다양한 질문을 통해 예술세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페이스 파운틴에서 진행된 엘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작업세계를 더욱 심도 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 ELLE 인터뷰 일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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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ACE all rights reserved / Photo by BEBIG

Q. 이번 전시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20년이 넘도록 그려온 캐릭터인 디독(D*DOG) 이미지의 진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고장 난 디즈니 캐릭터의 모습을 의도한 이 이미지는 애니메이션 영상물과 함께 배치되는데, 영상의 내용은 제가 구현하고 싶은 것과 일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 영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저의 20년 넘는 작가 인생의 꿈을 담은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밑에 층에는 로맨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이어지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제 작품 주제이죠. 계속되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사랑의 로맨스, 상실과 같은 것들이 저에게 의미하는 것 그리고 이걸 보는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것 등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Q. 한국에서 개최한 <Strange Love> 는 동시대의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로맨스라는 주제에 오래 천착해 온 당신의 눈에 이 시대의 사랑이 지닌 가장 이상하고 낯선 점은?

로맨스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고, 여전히 실험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힘든 시간을 겪는 와중에 사랑에 관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계기도 컸습니다. 이제는 사랑이라는 현상을 조금 떨어진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부모 세대에는 누군가를 만나려면 물리적으로 어디든 가서 사람을 만나고 열심히 구애해야 했습니다. 하나의 인생에 한 번의 결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삶을 다섯 개쯤 사는 것 같아요. 저는 한 번 이혼했지만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항상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트 앱으로 사랑을 찾고 금세 다른 사람을 만나는, 너무 빨리 소비되는 사랑이 '보통'이 되질 않길 바랍니다.

Q. 우리는 당신이 어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로서 거리 미술과 전통 미술 간의 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자신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원동력은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그런 것들로부터 저를 지탱하는 원동력을 얻습니다. 그런 것들이 상상 이상으로 굉장하다고 느끼는 게, 과거에 풀 타임으로 일을 했을 때에는 낮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 밤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죠. 언제나 내 자신을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원동력을 얻습니다. 손으로 그린 스티커가 어느새 스크린 프린트 스티커가 되고, 그것이 포스터가 되고, 또 그것이 대형 포스터를 넘어 빌딩이나 벽에 새겨진 페인팅 작품이 되어갔죠. 언제나 내 스스로를 뛰어넘는 나 자신이 모든 원동력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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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ACE all rights reserved / Photo by BEBIG

Q. 다른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여러 방면에에서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되는데, 벽화작업을 할 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나 관점이 있을까요?

우선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거리의 그림이라면 무엇이든 스트리트 아트가 될 수 있었던 시절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뱅크시와 셰퍼드 페어리와 함께 거리에 실험을 하며, 특별한 계획은 없었죠. 저는 늘 그래피티, 스케이트보드, 앨범 표지, 그래픽 등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모든 것들이 저의 스타일인 강렬한 색감, 뚜렷한 검은 테두리 같은 두드러진 특징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죠. 거리에 있는 광고 싸인물들이나 도시 내 시각 환경의 오염 속에서 늘 제 작품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그림 스타일이 마치 과거 팝아트 이미지들을 연상시키는데,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오늘날의 사회적인 요소들을 가미하여 업데이트된 이미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강렬한 색과 뚜렷한 아웃라인은 도시 속에서 나를 둘러싼 것 들과 그것들이 나에게 주는 에너지를 듬뿍 느낍니다. 새로운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은 늘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Q. 스트리트 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것이 당신을 매료 시키는 부분인가요? 

제가 느끼기엔 굉장히 중독적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거리에 뭔가를 새길 때,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채고 관심 가진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래서 이젠 어떤 걸로 더 많은 사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오랫동안 하다 보면 그것이 중독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또한 도전적이라는 점도 마찬가지 입니다. 거대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그걸 보고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높은 곳이 무섭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높은 곳이 무섭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높은 곳에 올라 작업했을 때 굉장히 무섭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스스로 그런 두려움을 정복했고, 또 내가 얼마나 높이 갈 수 있을지 계속해서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발자국 물러서 완성된 그림을 보면 그것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됩니다. 벽이 크면 클수록 더 인상적인 느낌을 주죠. 결국 제 스스로가 그것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Q.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생각나게 하는 팝아트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아포칼립스적인 작업을 선보여왔는데 지금의 디페이스 스타일이 탄생한 결정적 순간은?

항상 팝아트 이미지에 끌렸습니다. 어머니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접한 클래식한 작품은 항상 나와 상관없다고 느꼈습니다. 팝아트 이미지는 달랐습니다. 직관적으로 와닿았습니다. 팝아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은 점점 팝아트를 추앙하게 됐습니다. 이런 현상도 재미있었습니다. 자본주의 등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팝아트를 비틀어 나만의 해석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Q. 어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로서, 당신이 허물고 싶은 경계가 있을까요?

너무 좋은 질문이네요.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우선 저는 스테레오 타입을 부수고 싶어요. 장르나 편견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맺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며, 다음 세대와의 관계성 또한 너무나 중요한 것이죠. 때문에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하든지 가능하다는걸, 그러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기존인식에 대한 변화에 큰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물으면 흔히들 의사, 변호사, 군인 등을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했죠. 물론 그 직업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사회, 교육적으로 그런 선입견이나 편견들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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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반 컨템퍼러리 아트의 역사는 약  20여 년이 되어가는데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인데 여전히 이 예술 장르에 존재하는 선입견에 대해 가장 타파하고 싶은 선입견은 뭘까요?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을 생각하면 더 긴 간일 겁니다. 그래피티의 선구주자들과 함께 그들로 인한 아트씬의 집결이 일어났던 80년대의 정신성을 고려했을 때, 그 맥락에서 순수하게 거리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로는 저희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이 씬 자체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성 스트리트 아티스트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관점의 예술 분야에서는 아직도 어반 아트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여전히 어반 아트를 진정성 있는 예술 장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관람객들을 생각하면, 어반 아트 전시가 예전에 비해 더욱 많은 수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죠. 이러한 변화들이 일어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앞으로도 어반 아트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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