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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E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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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12 - 2023. 03. 12

스페이스 파운틴은 포즈(POS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조단 니켈(Jordan Nickel)의 개인전 『FIRE ESCAPE』를 한국 최초로 진행한다. 일찍부터 그래피티를 통해 예술적 경험을 쌓은 작가는 광고판과 포스터, 잡지, 만화책과 상품 패키지 등 일상에서 소비되고 버려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채집하고 혼합해 화면을 구성한다. 다다이스트(DADA)들이 실험한 콜라주처럼 대중매체의 익숙한 이미지들을 컷-업(Cut-up)하여 혼합하는 작가의 화면은 기억의 파편이 공존하듯 다양한 현실이 집약된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화된다. ‘비상탈출구’라는 의미를 지닌 이번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의 시간을 겪으며 목도했던 폭력과 불안 속에서 현실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거리의 표지판이나 만화 캐릭터, 아메리칸드림의 다양한 모티브와 팝아트의 대표 도상들이 중첩된 화면을 통해 다층적 의미를 생성하는 포즈의 대표작들이 선보인다. ‘Vista’, ‘Relief’, ‘Path’, ‘Key’라는 제목의 연작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풍경과 인물, 색채와 패턴을 교차시켜 예술과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부조리함과 독특한 유머를 근간으로 장난기 넘치는 화면을 구성하는 포즈의 작품은 반권위적인 조형언어로 발전되어 전통적인 회화 체계를 전복시키고 다양한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대형 작품 <VISTA1>에서는 스머프 얼굴을 한 캐릭터가 가방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듯한 형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캐릭터의 얼굴은 색면들로 가려져 그 표정이 지워졌으며 머리에 꽂고 있는 깃털과 입에 물고 있는 나뭇가지 또한 독특하다. 몸의 형태도 팔과 다리로 인식할 수는 있지만 분명하지 않다. <VISTA3>에서도 카우보이 복장을 한 인물이 버튼을 누르는 듯한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인물 또한 패턴으로 얼굴이 가려져 명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렵다. 작가의 컷-업과 콜라주 방식은 구체적인 대상을 숨기고 해체하여 상상력과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다른 작품 <VISTA2>의 중앙에는 경첩이 달린 문이 배치되어 있다. 패턴으로 처리된 이 문 또한 명확한 사용처를 알 수 없고 모호하다. 여러 겹의 레이어와 패턴, 대비되는 색채들로 만들어지는 입체적인 공간, 그리고 연관성이 모호한 사물들의 조합은 포즈의 작품에 계속적인 동력을 부여한다. 컷-업된 이미지의 다층적인 레이어들은 논리적인 인식 체계를 전복시키고 작품의 의미를 해체하고 감춰버린다.

<RELIEF> 시리즈에서는 보다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볼 수 있다. <RELIEF1>에서는 소녀의 입이 강조되어 보이는 반면 <RELIEF3>에서는 소녀의 눈을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중첩된 레이어로 표현된 인물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어떠한 부분을 가리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감정과 이야기가 생성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도톰한 손의 형태는 작품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된다. 포즈는 이미지를 중첩시켜 합리적 사고의 틀을 제거함으로써 관람자의 경험과 연결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공간을 창조한다. 관람자들은 숨겨진 부분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PATH> 연작에서는 인물보다는 물감 튜브와 이젤, 그림 등 스튜디오의 풍경들과 그래피티의 현장을 연상시키는 거리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작품에 묘사된 피어오르는 연기, 길거리에 피어나는 꽃.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그리고 길모퉁이의 구멍 난 벽과 담장 등은 작가가 매일 보고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이다. 포즈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을 한 화면에 펼쳐 일상과 예술, 상상의 영역이 교차되는 몰입적인 공간을 창조한다. <PATH 4>에서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손과 그림 그리고 그 아래로 앞으로 걸어가는 다리를 볼 수 있다.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포즈의 작품들은 삶과 예술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작위로 추출된 평범한 일상적 소재를 중첩되게 배열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관람자들에게 각 요소를 읽어가는 시간을 제공하고 이것은 다시 관람자 각자의 경험과 결합되면서 다양한 해석의 길을 열어준다. 또한 포즈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작품 제목을 부여해, 관람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펼쳐놓은 퍼즐판처럼 각각의 이미지 조각들은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환기시키는 열쇠가 된다.

작가는 도시의 담벼락의 광고판과 경쟁하며 발전한 그라데이션과 레이어링, 블렌딩과 같은 그래피티의 작업 방식과 컷-업된 이미지를 결합해 형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 위에 다른 이미지를 덧붙여 다시 형태를 제거하는 독특한 조형언어를 발전시켰다. 가장 먼저 인지되는 인물의 얼굴과 캐릭터, 통통한 손의 형상과 함께 그 형태를 지우는 여러 사물과 패턴의 조합은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제거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생성한다.

중첩된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레이어들은 하나의 소실점으로 이루어진 원근법의 공간을 탈피한 초현실의 3차원 공간을 형성한다.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의 복제와 합성을 경험한 작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초현실의 공간을 통해 다양한 상상과 환상이 존재하는 몰입감 넘치는 가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그래피티의 입체감을 증폭시키는 다양한 기법이 결합된 그의 가상 세계는 마치 완성되지 않은 퍼즐처럼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생성하는 열려진 해석의 공간을 창조한다. 부분부분 생기는 공간의 여백들은 사고의 연속성을 깨뜨리고 화면에 즉흥성과 자유로운 리듬감을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의 조합에 따라 계속적으로 다양한 내러티브를 생성하는 포즈의 예술세계를 통해서 우리의 일상에 의문을 던지고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POSE

포즈

미국 앨리노이주 애반스톤에서 출생한 아티스트 POSE (Jordan Nickel)는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1992년부터 거리에서 그래피티를 연습하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이후 포즈는 캔자스시티 아트 인스티튜트(Kansas City Art Institute)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구체화한다. POSE는 거리미술의 특징을 회화 작업으로 전환하면서 전통적인 회화 규범이 해체된 3차원의 강력한 환영을 창조했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이 중첩된 그의 화면은 몰입감을 증폭시키며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작가는 일찍부터 미서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아티스트 그룹 ‘The Seventh Letter’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피티 크루 ‘Mad Society Kings(MSK)’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벽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POSE는 뉴욕의 휴스턴/바우어리 월(Huston/Bowery Wall)에 대형 벽화를 진행했으며 2015년 CNN의 유망한 아티스트를 조명한 TV 시리즈 ‘One to Watch’에서 주목할 만한 팝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즈는 바젤, 두바이, 런던,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벽화와 전시를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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